2021년 진주 안인득 방화·흉기난동 사건과 올해 여름 일본도 살인 사건, 최성우 흡연장 살인 사건은 겹치는 게 많습니다. 가해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원한 관계가 없던 이웃을 상대로 벌인 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제때 치료받지 못한 피해망상 증세가 악화돼 사건이 벌어졌단 점입니다.
□ 2019년 정신질환자였던 안인득은 범행 전 6개월 사이 폭행과 이상행동으로 이웃으로부터 9차례 112 신고를 당했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서 이웃이 자신을 모욕하고 해를 끼친단 망상과 환청이 심각해졌습니다. 이를 알게 된 가족이 경찰, 동사무소, 법률구조공단까지 찾아가 강제입원을 도와달라 했지만 외면받았습니다. 안인득의 형은 당시 경찰에 "가족 동의로 강제입원을 하면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여러차례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 지난 7월 이웃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백모씨 범행 동기도 망상 탓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해온 중국 스파이었다 주장했지만 근거는 없었습니다. 백 씨는 3년 전부터 방에 틀어박혀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가족에 따르면 백 씨는 '내 아이디어들이 도청되어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 'TV 속 인물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등 전형적 망상 증세를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백 씨는 한번도 치료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말을 듣고도 당시 이상하단 생각은 전혀 못 했다고 했습니다. 범행 뒤엔 아들의 망상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백 씨는 범행 전 6달 사이 4차례 이상행동으로 신고 당했고 '정신이상자 같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주의깊게 본 경찰은 없었습니다.
□ 지난 8월 아파트 흡연장에서 70대 암환자 A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최성우도 심각한 망상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 씨는 어머니를 희롱하고 괴롭혀온 사람이 있어 폭행에 이르게 됐다 주장합니다. 조사에선 A씨를 가해자로 착각했다고도 했습니다. 최 씨와 가족은 직전 아파트에서도 똑같은 피해를 주장하다 이사를 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취재진과 통화에서 최 씨 가족은 아파트에서 위협적으로 행동한 가해자가 '여러명'이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해자라는 사람의 얼굴을 특정하진 못한다고 했습니다.
(하 략)
임지수 기자 (yim.jisoo@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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