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현병 치료, 지속적 약물 복용과 사회적 지원이 좌우" ㅣ 청년의사
[인터뷰] 상록의료재단 화정병원 이상진 원장
‘장기 지속형 주사제’ 3년간 95.9% 환자 안정적 상태 유지
“낙인 해소와 지역사회 연계 등 안정적 관리 환경 조성 必”
조현병은 뇌기능 이상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신체질환이다. 초기에 진단받고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재발이 반복되며 비가역적인 뇌 손상이 누적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 중단 시 환자의 50~70%가 1년 이내 증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추정 환자 50만명 중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2만명에 불과하다.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사회적 낙인으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사이, 많은 환자들이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더욱이 진단 후에도 꾸준한 약물 복용의 어려움으로 상당수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데,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약물 비순응도는 1년에 40%, 2년에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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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효과적인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지원 시스템의 역할이 매우 크다. 조현병은 재발이 반복될수록 점점 황폐화되는 특성이 있어, 치료 후 사회 복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다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정신재활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환자 연계 시스템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 치료가 시너지를 내며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방은 의료진이 부족해 상담을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고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조현병 환자들을 위해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재 여러 측면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탈원화' 정책이 시행됐지만, 환자들을 지원할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경우 단순 취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어렵다.
치료 제도 측면에서는 진전이 있었다. 과거 ‘강제입원’이라는 비판을 받던 것에서 벗어나 행정입원 제도가 잘 정착돼 입원 부담이 줄었다. 하지만 입원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치료 명령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 인프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도권은 정신재활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지방은 의료진이 부족해 상담을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프랑스의 치매 마을처럼 현실에서 체감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치료비 지원 강화도 중요하다.
조현병 추정 환자가 50만 명이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제도적 개선과 지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병원 방문을 망설이는 분들도 많다고 했는데, 이러한 낙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대중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에는 ‘귀신 들렸다’고 치부하던 것에서 이제는 조현병이라는 질환에 대한 인식 자체는 생겼지만, 여전히 편견과 낙인이 남아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들이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고, 잘 치료받으며 살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도 많아졌다. 다만 증상이 심한 환자의 사건이 사회면에 보도될 때마다 낙인 효과가 심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조현병은 사회적 지원과 꾸준한 치료가 동반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20년간 의료진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꾸준히 치료받고 잘 관리하는 환자들이 결국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과정이 길고 힘들더라도, 사회적 지원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같은 최신 치료법이 결합된다면, 환자들은 자신의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회복하고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병 때문에 힘든 것일 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