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마트워치로 내일의 기분, 자살 충동도 예측..."정신건강 관리 패러다임 바뀐다" ㅣ 조선일보
[이종현 기자]
KAIST·미시간대 공동 연구진
뇌 속 생체시계 분석해 우울증 증상 예측
병원서 비싼 검사 없이도 정신질환 관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 결과 모식도. 스마트워치로 수집된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 속 생체시계의 위상과 수면 단계를 추정하는 역문제 해결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했다./KAIST
정신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명이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한국의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는 약 180만명에 달하고, 전체 정신질환자는 약 465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5년 새 37%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팬데믹(대유행) 상황이라고 말한다.
정신질환의 또다른 문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수면 장애, 우울감, 식욕부진, 과식, 집중력 저하와 같은 우울증 관련 증상을 진단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병원 진단이 필요하다.
내재적 생체리듬(endogenous circadian rhythms)과 수면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하룻밤 동안 30분 간격으로 피를 뽑아 우리 몸의 멜라토닌 호르몬 농도 변화를 측정하고 수면다원검사(PSG)를 수행해야 한다. 병원 입원이 불가피하고, 보험이 없을 경우 검사 비용만 100만원이 넘어간다. 사회적 약자들은 정신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진이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스마트워치만으로 우울증 관련 증상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김대욱 교수와 미시간대학교 수학과 대니얼 포저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워치로부터 수집되는 활동량, 심박수 데이터로부터 정신질환자의 수면 장애, 우울감, 식욕부진, 과식,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스마트워치는 공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심박수, 체온, 활동량 등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는 간접적인 정보만을 제공할 뿐, 데이터를 통해 실제 우울증 관련 증상을 예측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연구팀은 스마트워치로부터 수집한 심박수와 활동량 데이터를 통해 매일 변화하는 생체시계 위상을 정확히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체시계는 뇌하수체 안에 있는 시교차상핵에서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일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현재 시간이 하루 중 언제인지를 알려줘서 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되고,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생체시계의 리듬이 교란이 되면 수면 장애를 비롯한 우울증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워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뇌 속 일주기 리듬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활용해 일주기 리듬을 교란하는 외부 요인이 발생했을 때 언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지도 정확하게 예측했다. 연구팀은 800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제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내일의 기분과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수면 문제, 식욕 변화, 집중력 저하, 자살 생각을 포함한 총 6가지 증상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김대욱 교수는 “수학을 활용해 그동안 잘 활용되지 못했던 웨어러블 생체 데이터를 실제 질병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우울증 증상을 경험할 때 상담센터에 연락하는 등 스스로 능동적인 행동을 취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 정신건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활용해 미국 웨어러블 데이터 분석 회사와 실제 의료기기 개발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npj Digital Medicine(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746-024-01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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